고난주간 동안 감사했던 일들 (Things I'm Grateful for During Passion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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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3. 3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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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024-4-7>

부활절에 받은 침례 후기 링크를 post-script에 올립니다.

부활절을 한 주 앞둔 고난주간(Passion Week)이었던 이번 주에 제가 감사했던 소소한 일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먼저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여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버튼을 누른 순간 정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계단을 이용하여 사무실까지 올라갔는데요, 알고 봤더니 제가 직장 건물에 들어서기 직전에 앞으로 두 시간 동안 정전이 있을 것이니 컴퓨터 작업하던 것을 빨리 저장하라는 안내 방송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모르고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만약 그 안에서 정전이 되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깜깜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혼자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제가 가뜩이나 엘리베이터 타는 것을 무서워해서 웬만하면 계단으로 걸어 다니는 편이거든요. 전력 공급이 비상 발전으로 전환되어 곧 엘리베이터 가동이 재개되었지만, 그 잠깐의 시간 동안 두려움에 떨다가 폐소공포증(claustrophobia)이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가 생겼을 지도 몰라요. 간발의 차이로 하나님께서 위험한 상황을 모면하게 해주셨습니다😰

화요일 새벽에 올린 MBTI 검사 관련 블로그가 하루도 안 지나서 1000뷰를 넘었습니다. 제가 블로그 시작한 지 2년 만에 세 블로그(건강, 일상, 종교) 통틀어서 이렇게 최단 기간에 단일 포스팅의 조회수가 천 회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한국은 MBTI가 한물간 것 같은데 미국에서는 아직도 잘 모르더라고요. 고난주간에 적합한 주제는 아니었지만 부활절 지나서 쓰려고 작정하고 있던 글에 MBTI의 개요를 링크로 삽입할 필요가 있어서 별로 공들이지 않고 부담 없이 쓴 글이거든요. 이상하게 제가 심혈을 기울여 쓴 글들은 인기가 없고 대충 쓴 글들은 조회수가 높더라고요. 대중의 관심과 시대의 트렌드를 잘 파악해야 하는 드라마나 시나리오 작가가 됐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요즘에는 제 블로그를 네이버 카페에 안 올리고 미주 한인 커뮤니티에만 공유하고 있는데 그분들은 대부분 네이버 계정이 없어서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못 누르세요. 제가 빨간 하트와 비밀 댓글로 카톡처럼 재잘재잘 거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제 다 글렀어요😭 링크를 공유한 플랫폼에서는 하트를 거의 100개나 받았고 댓글도 주렁주렁 달렸지만 IT 강국인 한국의 네이버와 다음 카페만큼 사용이 편리하거나 기능이 다양하지 않거든요.

https://blog.naver.com/donnastorysong/223395977411

통상적으로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날이 금요일이라고 알려져 있어서 고난주간 중에 오는 금요일을 로마 가톨릭의 전통에 따라 성금요일(Good Friday)이라고 부르지만, 예수님께서는 "밤낮 사흘 동안 (Three Days and Three Nights)" 땅속에 묻혀 계셨기 때문에 제가 아래 블로그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금요일(2박 3일)은 절대 아니고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수요일과 목요일 중에서 무슨 요일에 금식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어요. 매년 성금요일에는 하루 종일 금식을 했거든요.

https://m.blog.naver.com/donnafaithfellowship/223063504846

그런데 화요일 저녁 늦게 퇴근하고 집에 왔더니 우리 딸이 Aviva라고 하는 애틀랜타에서 아주 유명한 지중해 음식(Mediterranean Food) 전문점에서 저녁을 사 온 거예요. 제가 보통 저녁은 거르거나 조금만 먹는데 이건 도저히 안 먹을 수가 없더라고요. 제가 중동 요리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왼쪽 사진의 갈색 동글동글한 것들은 병아리콩(chickpeas, garbanzo beans)으로 빚어서 튀긴 팔라펠(falafel)인데 속은 연두색이에요. 그 옆에 있는 납작한 빵은 피타(pita), 노르스름한 드레싱은 허머스(hummus), 가운데 하얀 것은 타히니(tahini) 소스, 오이와 토마토가 들어간 예루살렘 샐러드, 그 옆에 불그스름한 것은 렌틸콩(lentils)이에요. 에서가 야곱에게 장자권과 맞바꾼 팥죽은 사실 팥이 아니라 렌틸로 만들었답니다. 오른쪽 사진의 가운데 있는 것은 치킨 슈와마(shawarma)입니다. 양고기, 닭고기, 소고기 등을 겹겹이 쌓아서 로티서리(rotisserie)에 빙글빙글 회전하며 굽는 요리인데, 겉에 익은 부분부터 칼로 돌려가며 잘라내요.

https://www.avivabykameel.com/

http://www.jamrahrestaurant.com/shawarma-history/

조금만 먹고 남기려다가 너무 맛있어서 한밤중인데도 불구하고 결국 다 먹어 치우고 말았네요😋 나중에 이 레스토랑의 웹사이트에 들어가니까 Kameel이라는 이름의 주인장 셰프가 이스라엘의 나사렛 출신 아랍인이더라고요. 나사렛이라면 예수님 고향이잖아요😃 얼떨결에 모르고 먹었는데 알고 봤더니 유월절 만찬을 정통 이스라엘 스타일로 푸짐하게 먹은 거예요🇮🇱 다음 날 하루 굶어도 거뜬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주에 제가 금식하는 날이 졸지에 수요일로 정해졌습니다.

https://www.avivabykameel.com/

다음 날인 수요일, 그날따라 일이 어찌나 많은지 어차피 밥 먹을 시간도 없더라고요. 오전 9시에 십자가에 달리시고 오후 3시쯤 돌아가셨다가 오후 6시 직전에 무덤에 들어가신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을 생각하며 잘 버텼는데 저녁 7시가 되니까 너무 배가 고파서 머리가 도저히 안 돌아가는 거예요🤕 갑자기 치즈가 그렇게 먹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무심코 "하나님, 저 치즈 먹고 싶어요"라고 혼잣말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목요일에 출근하니 점심 메뉴로 치즈 피자가 나왔지 뭐예요~🍕

그다음 날인 금요일 아침에는 자메이카 출신 동료가 성금요일에 먹는 카리브식 빵이라면서 건포도가 왕창 들어간 Easter bun을 가지고 왔더라고요. 자메이카에서는 전통적으로 성금요일에 고기 대신 치즈를 이 빵에 곁들여 먹는대요🇯🇲

얇은 슬라이스 치즈가 아닌 벽돌처럼 생긴 덩어리 치즈(chunk cheese)를 두툼하게 썰어서 빵, 커피와 함께 먹으니 어찌나 맛있는지 몇 조각을 먹었나 몰라요. 원 없이 먹어서 당분간 치즈 생각 안 날 것 같아요🧀

그런데 점심으로 나온 메뉴가 이번에는 녹인 치즈에 버무린 누들과 구운 생선이더라고요. 이제 더 이상 치즈 못 먹겠어요😆 제가 금식하다가 치즈 먹고 싶다고 한마디 했을 뿐인데 그 작은 푸념 섞인 속삭임까지 흘려 듣지 않고 귀담아들으시며 질려서(?) 못 먹을 만큼 종류별로 배불리 먹여주시는 좋으신 하나님 아버지😍 옆자리 동료에게 이 얘기를 하면서 "God is good, all the time"이라고 하니 "All the time, God is good"이라고 대답하며 신나게 맞장구를 쳐줍니다^^

오늘 토요일에는 미용실 가서 머리하고 부활절 아침에는 교회에서 침례를 받는답니다. 중학교 때 세례를 받긴 했지만 물 뿌리는(sprinkle) 세례 말고 물에 푹 잠기는(soak) 침례를 꼭 받고 싶었거든요. 그 친구에게 오늘 미용실 예약했다니까 어차피 흠뻑 젖을 텐데 돈 들여서 머리는 왜 하녜요😅 평생 한 번 받는 침례인데 젖을 때 젖더라도 예쁘게 하고 받을래요😉 하나님, 감사합니다!

P.S. 침례 후기입니다.

https://m.blog.naver.com/donnafaithfellowship/223408128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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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na 일상·생각

소소한 일상에서 발견한 보화들을 캐내어 삶에 지친 이들에게 나누어 주며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