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벚꽃길 아래서 손만 잡으면 끝난다 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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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랑도 어디선가 학습된 채로 상대방을 대하고 있는진 않은지,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글을 작성해보았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오늘은, 이거다.
나는 가장 아끼는 셔츠를 꺼내 입는다.
거울 앞에서 소매를 정성스레 접는다.
익숙하지 않은 향수를 뿌려본다.
오늘만큼은, 익숙한 나에서 조금 벗어나 보고 싶다.
평소 흐트러진 머리도
오늘은 말끔히 빗어 올렸다.
봄 햇살에 어울리는 아우터는
마치 ‘이 계절을 함께 맞이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했다.
약속 시간에 늦지 않으려
조금 불편한 구두를 신는다.
그 정도의 불편함은
오늘의 설렘을 위한 입장료처럼 느껴진다.
지하철 안엔 각자의 목적지를 향하는 사람들이 넘친다.
그 중 나의 발걸음만이
유난히 가볍고 의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뛴다.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많이 일찍.
괜히 시계를 보고, 역 출구를 바라본다.
“혹시 그녀도 일찍 도착했을까?”
델리만주 냄새가 공기 속에 익숙해질 무렵,
그녀가 보인다.
그 순간,
내 눈엔 그녀만이 색을 지니고,
나머지는 흐릿한 배경이 되어 버린다.
마치 내 세상에
그녀 외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듯.
그녀가 웃는다.
나도 웃는다.
하지만 나는 그 눈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그녀는,
그런 나의 바보 같은 모습조차 따뜻하게 바라봐 준다.
그녀의 향기, 옷차림,
그리고 벚꽃이 흩날리는 거리.
모든 것이 어우러져
영화처럼 흐른다.
그러나 나는,
대화보다 그녀의 손 위치에 자꾸만 시선이 간다.
이 손만 잡으면,
뭔가 달라질 것 같은 착각.
머릿속엔 자꾸 친구들의 목소리가 울린다.
“사내 자식이 손 하나 못 잡고 뭐하냐?”
그 말에 오기가 생겼다.
그래, 나도 할 수 있어.
그렇게 용기 내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돌아온 건
차가운 시선과,
살며시 빠져나가는 손의 감촉이었다.

아…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실수했구나.
그 다음은 흐릿하다.
뭔가 먹고, 커피도 마셨지만
기억에 남지 않는다.
셔츠는 축 늘어졌고,
나는 다시 집으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오늘따라 그 어둠이 더 짙게 느껴진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손을 잡지 않았다면… 괜찮았을까?
나는 왜 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그 생각이,
정말 ‘내’ 생각이었을까?
지하철 맞은편엔 커플이 앉아 있다.
커플 신발, 커플 반지.
그래야 사랑일까?
내가 필요한 건 용기였지만,
그 용기는 손을 잡을 용기가 아니라,
그녀의 말을 듣고
그녀의 감정을 느낄
진짜 용기였던 건 아닐까?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사랑.
그건 내 관심 밖이었다.
나는 그저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손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은
누구의 것이었을까?
나?
아니.
그녀?
더더욱 아니다.
그럼… 도대체 누구?
광고판의 드라마 장면이 스친다.
두 주인공이
천천히 손을 잡고, 입술을 맞추려 한다.
…그렇다.
사랑조차,
나는 ‘배운’ 것이었구나.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뚜르르… 뚜르르…”
심장이 박동에 맞춰 뛰기 시작한다.
여보세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숨을 가다듬고,
나는 천천히 말한다.
“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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