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중 풍차에 도전한 자만이 돌을 던져라
페이지 정보

본문
친구에게 톡이 왔다.
많이 힘든가 보다.
우는 이모티콘과 한숨 섞인 메시지.
“회사 다니기 너무 힘들다.
너는 좋겠다, 회사 안 가도 되잖아.”
순간, 나도 모르게 멈칫했다.
회사에 안 가면 안 가는 대로,
생기는 부담이 어디 한두 개인가.
하지만 그 말에 담긴 감정은, 이해가 간다.
우리 모두,
자신이 가지지 못한 걸 부러워하는 본성 속에 사니까.
나도 그 친구가 매달 따박따박 받는 월급이 부럽다.
아마 그 친구는, 내가 그런 걸 부러워한다는 걸 상상도 못 하겠지만.
나는 웃음 이모티콘 하나만 툭,
그리고 물었다.
“요즘 뭐가 제일 힘들어?”
사람 일이라는 게 그렇다.
딱 하나만 문제 되는 경우는 드물다.
여자친구와의 갈등,
부모님과의 오해,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쌓이고 쌓여 결국 임계치를 넘는다.
그리고, 친구의 말.
“이 나라는 정말 살기 힘든 나라야.”
나는 솔깃했다.
다른 나라를 살아본 것도 아니고,
해외여행도 몇 번 안 간 걸로 아는데...
기준은 뭐였을까?
“왜 그렇게 생각해?”
나는 조심스레 되물었다.
친구는 말했다.
“행복은 가진 것에 감사하는 건데,
이 나라는 안 가진 것만 보게 해”

나는 그 말에 눈이 반짝였다.
자신의 내면 가치와,
사회를 지배하는 외적 가치 사이의 간극.
그 구조 안에서 살아야만 하는 인간의 무력감.
하지만 문득 생각한다.
그 ‘구조’라는 것,
어디 나라만의 문제가 될 수 있을까?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가치를 지향하는 시대에,
우리가 정말 자유로운 곳이 있을까?
“구조”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세팅 값 같기도 하다.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위로하는 말도, 맞장구도 치지 않았다.
그건 어쩌면
‘친구 유지 매뉴얼’에 나오는
정석 답안일 테니까.
가끔은 매뉴얼을 버리고,
내 마음대로 조립하는 방식이 더 낫다.
비효율적이고 엉성하더라도
그 과정을 통해 구조를 더 잘 이해하게 되기도 하니까.
우리는 너무 쉽게 “기준”을 들이댄다.
나라에도, 사람에게도,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도.
그 구조를 따르는 것이 정말 ‘답’일까?
모두가 생존하기 위해 최적의 방법을 찾지만,
그 모든 철학조차 구조 안에서 움직이는
‘생존 매뉴얼매뉴얼’ 일뿐은.

“이 벽은 절대 부서지지 않아요.”
그 말이 내 마음에서 들리는 순간,
내 안에서 뭔가가 반짝인다.
“정말 그럴까?”
도전 본능, 전사의 심장이 꿈틀거린다.
그 순간 떠오른 이름,
돈키호테.
사람들은 그를 미쳤다고 비웃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진지했다.
자신이 결코 넘지 못할 것을 알았던 벽,
그 거대한 풍차를 향해 그는 돌진했다.
“자네는 그런 용기가 있는가?”
돈키호테가 내게 묻는다.
나는 살며시 웃으며 대답한다.
“구조는... 부수라고 있는 거 아닐까요?”
돈키호테가 호탕하게 웃는다.
그리고 나도 따라 웃는다.
“아주 멋진 이야기가 될 거예요.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