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적왕이 될거야. 너도 나의 배에 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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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해적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검은 바탕 위에 그려진 해골.
순간, 등골이 오싹해질 법도 한데…
이상하게, 전혀 두렵지 않았다.
'왜지?'
잠결에 스치던 그 생각은 점점 또렷해졌다.
해적이란, 무자비하고 탐욕스러운 존재 아닌가?
그런데 왜 나는 그들을 무서워하지 않았을까?
나는 해골을 바라본다.
'죽음'을 뜻하는, 그 단단한 뼈의 형상.
그런데— 죽음이 그렇게 단순한 경고로만 보이지 않는다.
문득 떠오른다.
해적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 소년이 해적왕이 되겠다 외치던 그 장면.
왜 그렇게 많은 이들이, 그 피 냄새 나는 해적의 세계에 가슴을 뛰게 했던 걸까?
생각해본다. 그건 단순히 강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들은 서로를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자의 상처와 과거, 성격도 다르고 능력도 다르지만, 그들은 한 배에 탔다.
어쩌면, 처음으로 자신을 조건 없이 받아준 존재들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해골은 그래서,
죽음의 상징이 아니라 '모두가 평등하게 해골 아래 있다'는
차별 없는 소속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이 느낌이 맞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이 세상엔 수많은 배가 있지만,
조건 없이 태워주는 배는 별로 없다.
승선의 자격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사회.
무엇 하나 실수라도 하면 쉽게 떨어져 나가는 인간관계.
그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자신을 숨기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들은 달랐다.
실수하더라도, 완벽하지 않더라도,
동료를 절대 버리지 않는 선장.
그리고 그런 선장을 믿는 동료들.
그 신뢰가 만든 작은 공동체가, 그 거친 바다 위를 버티게 했던 건 아닐까?
나는 의자를 천천히 돌리며 생각에 잠긴다.
우리 세상에도 그런 선장이 있다면,
어쩌면 지금보다 더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관계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들은 처음부터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실패도, 배신도, 상처도 있었고 때로는 무릎 꿇고, 눈물도 흘렸다.
하지만 그 고통을 통해 조금씩 진짜 '동료'가 되어갔다.
그리고 나는 문득 깨닫는다.
우리는 죽을 수도 있지만— 그 정신은 죽지 않는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믿었던 기억, 어떤 조건 없이 받아준 사랑,
내가 누군가를 위해 울었던 감정.
그 모든 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어딘가에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문득 내 안에 깃발 하나가 살랑살랑 흔들리는 느낌이 든다.
해적 깃발이 아니라, 나의 정신을 품은 깃발.
이 느낌을 더 선명하게 하고 싶었다.
나는 그 깃발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생각해본다.
조건 없는 믿음, 진심어린 동료애, 상처를 통해 자란 진정한 강함.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를 절대 버리지 않겠다는 다짐.
이제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선장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실수하더라도, 진심으로 믿고 받아주는 사람. 그
런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내 깃발이 상징하는 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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