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나를 괴롭히는 범인의 눈이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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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자신을 제일 많이 평가하는 사람에 대해 글을 작성해보았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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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쳐다본 거울 속 내 얼굴.
요즘 따라 안광도 맑고, 피부도 좋아졌다.
혈액순환이 잘 돼서 그런가?
어쩌면, 최근 일주일간 꾸준히 따라 한 유튜브 명상 덕분일지도.
나는 거울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이걸 6개월만 유지하면… 정말 엄청난 일이 생기지 않을까?’
‘벌써 이렇게 좋아졌는데, 더 마음이 편해질지도 몰라.’
콧노래까지 흘러나온다.
마치 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날 것 같은 예감에 들떠서.
그렇게 한 발 내딛는 순간—
쎄한 통증이 발에서 올라온다.
‘에이, 잠깐 삐끗했나보다.’
대수롭지 않게 다시 걸음을 옮긴다.
…다시, 찌릿.
또다시, 찌릿.
‘이거 진짜 뭔가 이상한데?’
여러 번 걸어보며 감각을 체크한다.
그러다 증상을 검색창에 입력한다.
익숙하지 않은 병명들이 주르륵 뜬다.
AI에게도 물어본다.
확률적으로 가장 가능성 높은 결과를 골라낸다.
맞는 것 같다.
습관, 증상, 조건까지 대조해보니…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문득 이상한 기분이 스친다.
이런 일이,
예전에도 있었던 것 같다.
뭔가 좋은 걸 찾았다고 생각했을 때.
드디어 잘 될 것 같다고 기대가 생겼을 때.
항상, 그 직후에 문제가 발생했다.
왜?
누가 일부러 방해라도 하는 걸까?
혹시 악취미 가진 존재가 날 지켜보는 건 아닐까?
조상의 업?
무슨 귀신의 장난?
생각이 꼬리를 문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래서, 이렇게 질문해본다.
“내가 아픈 걸로 제일 기뻐할 존재는 누구지?”
그 순간,
내 안에 무언가가 웃는 느낌이 든다.
아니, 누군가가.
분명 나인데… 나 같지 않은 나.
마치 게임 속 캐릭터 같다.
주인공을 돕던 친구 캐릭터.
마왕을 쓰러뜨리는 순간,
자신의 존재 가치가 사라질까 두려워
오히려 마왕을 감싸 안고 공격을 대신 맞는—
그런 이상한 딜레마.
‘설마… 나도 그랬던 건가?’
나는 다시 거울을 쳐다본다.
그 눈동자 속에서 답이 돌아온다.
그래. 너였구나.
나는 평생,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끊임없이 찾아 나서고, 또 찾아야만 했다.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내 정체성을 지워버리는 일이니까.
그러니,
문제가 없어지면 안 됐다.
항상 뭔가 어딘가에 남아 있어야 했다.
그게 나의 ‘존재 방식’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어릴 때부터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았고,
그렇게라도 살아남으려고
임무처럼 붙잡았던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게 고쳐야 할 문제인지,
그저 안아줘야 할 내 일부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YouTube 검색 기록을 다시 들여다본다.
‘마음 다스리는 법’
‘고통 줄이는 호흡법’
‘삶이 가벼워지는 방법’
…그 수많은 방법들.
나를 붙잡고 있던 건,
나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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