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도 가끔 비빔밥이 먹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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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자유의지냐 결정론이냐 한번 쯤 생각해보면 좋을 주제로 글을 작성해보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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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제발…”
떨리는 손끝, 조여오는 가슴.
나는 2주 전 면접 본 회사에서 온 메일을 클릭한다.
딸깍.
그 순간, 나의 감정 스위치도 눌린다.
단 하나의 문장.
“아쉽게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내려보지만,
기적은 오늘도 나를 비켜간다.
“에이, 어차피 붙어도 문제였어.”
어설픈 위로를 뱉으며,
나는 허공을 바라본다.
입술은 무겁고, 마음은 멍하다.
습관적으로 SNS를 켠다.
모두가 웃음을 짓고 있다.
누구는 여행을 가고,
누구는 멋진 정장과 새 명함을 보여준다.
“왜 나는…”
말끝과 함께 내 미래도 흐릿해진다.
멍하니 스크롤을 내리다
사주팔자 광고 하나에 눈이 멈춘다.
평소라면 무시했을 광고,
오늘은 왠지… 거기라도 기대고 싶었다.
결제 버튼 앞에서 한참 망설인다.
“생일이 같으면, 모두 운명이 같다는 말인가?”
“또 쓸데없는 데 돈 쓰는 건 아닐까?”
하지만 불안은 이성보다 빠르게 클릭을 유도한다.
분석 결과를 보며,
마치 합격 통지서를 다시 확인하듯
그 문장 하나하나를 소중히 읽는다.
“지금 시기는 운이 낮습니다.”
“새로운 변화는 다음 달 이후가 좋습니다.”
왠지 안도감이 든다.
아, 내가 잘못한 게 아니었구나.
“이건 하늘의 뜻이었네. 내 운명이 아니었어.”
그 말 한 줄에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운명.
무심코 말했지만,
그 속엔 이상하리만치 묵직한 무게가 담겨 있다.

그렇다면…
정말 나는 내 삶의 주인이 아닌 걸까?
모든 게 정해진 각본이라면, 나는 연극 속 인형일 뿐인가?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다.
도망치듯 YouTube를 켠다.
검색창에 빠르게 타이핑한다.
“자유의지와 결정론”
수많은 영상 중
조회 수도 낮고, 좋아요도 별로 없는
이상하게도 눈에 띄는 하나의 영상.
“임마누엘 칸트 – 감각과 개념”
재생 버튼을 누르자
잔잔한 목소리가 내 안을 파고든다.
“감각 없이는 개념은 공허하고, 개념 없이는 감각은 맹목적이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하지만 자꾸 남몰래 삼켜본다.
“어느 하나도 혼자 존재할 수 없다.”
“결정과 자유는, 결국 같은 요리를 만드는 두 재료일지도 몰라.”
알람이 울린다.
정각 3시.
“띠링! 운동 갈 시간입니다.”
나는 웃는다.
그 웃음엔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이 담겨 있다.
“내가 지금 운동을 가는 건, 누가 결정한 거지?”
시간을 설정한 건 나지만,
‘운동은 해야 한다’는 말은 내가 처음 한 게 아니다.
그 말을 듣고, ‘그래야지’라고 다짐한 건 나였다.
하지만 그 다짐조차… 나 혼자서 한 걸까?

결정과 자유.
어쩌면 그건 처음부터
깔끔하게 나뉘는 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게 섞여 있는 거라면—
그건 마치 비빔밥 같다.
예상 못한 참기름의 고소함처럼
삶의 맛은, 그렇게 찾아 오기도 하니까.
좋아.
오늘 저녁은 비빔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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