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는 말을 타는 나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자유게시판

매미는 말을 타는 나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현우sb
댓글 0건 조회 809회 작성일 25-06-14 09:33

본문

안녕하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에픽테토스의 말을 보고 떠오르는 글을 작성해보았습니다.


사건은 스스로 나쁘지 않다.
우리가 그것을 나쁘다고 판단함으로써 고통이 생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나는 단지 눈을 떴을 뿐인데
팔과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이게… 무슨 일이야?

맑지 못한 시야 속에서,
흐릿한 형상들이 나를 응시한다.
내가 살아 있다는 걸,
그저 눈을 깜박이는 것으로만 알 수 있었다.


하루아침에 달라진 삶.
어제는 걸을 수 있었고,
먹을 수 있었고,
일할 수 있었고,
화장실도… 혼자 갈 수 있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눈을 감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창밖엔 새들이 규칙적인 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아무 생각 없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마저
오늘은 유난히 부럽다.


img.png

왜 하필 나야?
왜 지금, 왜 이렇게?

가족들의 눈빛이 가슴을 찌른다.
엄마는 떨리는 손으로 내 손을 잡는다.
눈물이라곤 본 적 없던 아빠가 어깨를 떨군다.
말끝마다 부딪히던 동생은 벽에 주저앉는다.

나는 눈을 질끈 감는다.


다시 떠본다.
… 아무것도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엄마가 죽 한 숟갈을 떠서 내게 내민다.
나는 고개를 돌린다.
입술을 꾹 다문 채, 거부한다.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회복될지조차 모르는데…


또다시 노력, 또다시 절망…
그저 다시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한 삶이라면,
왜 살아야 하지?

나는 속으로 외친다.
“싫어! 하지 마! 나 좀 내버려둬내버려 둬!”
하지만 그 어떤 말도
내 입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누군가 말한다.
"인생사 새옹지마야."

문득 떠오른 이야기.
중국의 변방, 말을 잃은 노인.
사람들은 안타까워했지만,
그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도망친 말이 더 좋은 말을 데려왔을 때,


모두가 부러워했지만,
그는 또 어깨를 으쓱했다.

아들이 말을 타다 다리를 다쳤을 때,
그는 여전히 조용했고
전쟁이 터졌을 때,
다친 아들은 징집되지 않았다.

노인은 그 모든 변화에
단 하나의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저… 삶을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의 어깨 으쓱임이
나에게 천천히 전염된다.



img.png

나는 창밖을 본다.
땅 위를 더듬으며 기어가는 매미 유충 하나.
13년을 땅 속에서 지내고,
겨우 여름 한철을 날개 달아 날다 죽는다.

그저 측은했지만…
문득 의문이 든다.
그게 진짜 불행일까?

매미는 그저
자신이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거기엔 슬픔도, 의미도,
그 어떤 판단도 없다.

에픽테토스가 떠오른다.
“사건은 스스로 나쁘지 않다.
우리가 그것을 나쁘다고 판단함으로써 고통이 생긴다.”


… 그렇다면,나를 불행하게 하는 건,
이 사건이 아니라
그걸 바라보는 나 아닐까?

삶은…
내 행복에 아무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있다.


img.png  

지금, 여기에.

나는 조용히
손가락 하나를 꿈틀거린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20,380건 82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9165 한인최초 786 02-04
19164 건널목 875 02-04
19163 SallyEstatePlan… 729 02-04
19162 TurnkeyGlobalRe… 917 02-04
19161
손현보 vs. 문형배 인기글 첨부파일 링크첨부 댓글18
Fide 1855 02-04
19160 KiseokKwon 615 02-03
19159
세이브코리아는 조기 총선을 반대한다 인기글 첨부파일 링크첨부 댓글3
Fide 1167 02-02
19158 HYC1 2373 02-02
19157 HYC1 1061 02-02
19156
경찰 리포트 때 데쉬캠(블랙박스) 인기글 첨부파일 링크첨부
WALEC 1423 02-01
19155 Klove 1332 02-01
19154 tedbear1222 1280 02-01
19153 HYC1 1157 02-01
19152 어찌할꼬 1920 01-31
19151 건널목 725 01-31

검색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상단으로

GTKSA
회장: 김준우 president@gtksa.net
홈페이지 오류 문의: webmaster@gtksa.net
채용 문의: vicepresident@gtksa.net
광고 문의: treasury@gtksa.net
Copyright © https://gtksa.net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