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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샀어?"-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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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ope6000
댓글 2건 조회 3,625회 작성일 14-10-08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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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울에서 중고 컴퓨터 장사를 합니다. 얼마 전 저녁때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여기는 칠곡이라고 지방인데요. 6학년 딸애가 있는데 서울에서 할머니랑 같이 있구

요 사정이 넉넉치 못해서 중고라도 있으면 ........ '


통화 내내 말끝을 자신 없이 흐리셨습니다. 열흘이 지나서 쓸만한 게 생겼습니다. 전

화 드려서 22만원 이라고 했습니다. 3일 후에 찾아 갔습니다. 전화를 드리자, 다세대

건물 옆 귀퉁이 샷시 문에서 할머니 한 분이 손짓을 하십니다.


들어서자 지방에서 엄마가 보내준 생활비로 꾸려나가는 살림이 넉넉히 보이지는 않

았습니다. 설치 하고 테스트 하고 있는데 밖에서 소리가 들리더니 “어 컴퓨터다!' 하며

딸아이가 들어 옵니다. '너 공부 잘하라고 엄마가 사온거여, 학원 다녀와서 실컷 해. 어

여 갔다와....'


설치가 끝나고 골목길 지나고 대로변에 들어서는데 아까 그 아이가 정류장에 서있습니

다. '어디로 가니? 아저씨가 태워줄께....' 보통 이렇게 말하면 안탄다 그러거나 망설이기

마련인데 '하계역이요~' 그러길래 제 방향과는 반대쪽이지만 태워 주기로 하였습니다.


한 10분 갔을까. 아이가 갑자기 화장실이 너무 급하다고 합니다.

'쫌만 더 가면 되는데 참으면 안돼?'

'그냥 세워 주시면 안돼요?'

패스트푸드점 건물이 보이길래 차를 세웠습니다.

'아저씨 그냥 먼저 가세요...'


여기까지 온 거 기다리자 하고 담배 한대 물고 라이터를 집는 순간 가슴 속에서 '쿵~~' 하

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보조석 시트에 검벌겋게 피가 있는 것입니다. '아차....... 첫 생리라

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담뱃재가 반이 타 들어갈 정도로 속에서 '어쩌나~어쩌나~' 그러고

만 있었습니다. 바지에 묻었고, 당장 처리할 물건도 없을 것이고, 아까 사정 봐서는 핸드폰

도 분명 없을텐데......


차에 비상등을 켜고 내려서 속옷 가게를 찾았습니다. 버스 중앙차로로 달렸습니다. 마음

이 너무 급했습니다. 마음은 조급한데 별별 생각이 다 났습니다. 집사람한테 전화 했습니다.


'어디야?'

‘나 광진구청'

'지금 택시타고 빨리 청량리역...아니 걍 오면서 전화해.. 내가 택시 찾아 갈께'

'왜? 뭔 일인데'

집사람에게 이차 저차 얘기 다 했습니다. 온답니다. 아, 집사람이 구세주 같았습니다.


'생리대 샀어?'

'속옷은?'

‘사러 갈라고....'

'바지도 하나 있어야 될꺼 같은데.....'

'근처에서 치마 하나 사오고....‘

‘편의점 가서 아기물티슈도 하나 사와....'

'애 이름이 뭐야? '

‘아..애 이름을 몰라... 들어가서 찾아봐....'


집사람이 들어가니 화장실 세 칸 중에 한 칸이 닫혀 있더랍니다. ‘얘, 있니? 애기야. 아까

컴퓨터 아저씨 부인 언니야.' 뭐라 뭐라 몇 마디 더 하자 안에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네....' 하더랍니다.


그때까지 그 안에서 혼자 소리 없이 울면서 낑낑대고 있었던 겁니다. 혼자 그 좁은 곳에서

어린애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요. 차에서 기다리는데 문자가 왔습니다.


‘5분 이따 나갈게. 잽싸게 꽃 한 다발 사와’

이럴 때 뭘 의미하는지 몰라서 아무거나 이쁜 거 골라서 한 다발 사왔습니다. 둘이 나오는

데 아이 눈이 팅팅 부어 있더군요. 집사람을 첨에 보고선 멋쩍게 웃더니 챙겨 간 것 보고

그때부터 막 울더랍니다.


집사람도 눈물 자국이 보였습니다. 저녁도 먹이려고 했는데 아이가 그냥 집에 가고 싶다고

합니다. 집에 돌아가는 도중 우리는 다시 돌아가 봉투에 10만원 넣어서 물건 값 계산 잘못

됐다고 하고 할머니 드리고 왔습니다.


나와서 차에 타자 집사람이 제 머리를 헝클이며 '짜식~' 그랬습니다.


밤 11시 무렵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 엄마입니다.


'네. 여기 칠곡인데요. 컴퓨터 구입한...'


이 첫마디 빼고 계속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저 역시 말 걸지 않고 그냥 전화기를 귀에 대고만 있었습니다.

ff7.png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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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k-james님의 댓글

ik-james 작성일

므흣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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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포야님의 댓글

달포야 작성일

눈물이 핑도네요..내딸 첫 생리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갔는데..아름다운 세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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