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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는 말을 타는 나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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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현우sb
댓글 0건 조회 752회 작성일 25-06-1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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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에픽테토스의 말을 보고 떠오르는 글을 작성해보았습니다.


사건은 스스로 나쁘지 않다.
우리가 그것을 나쁘다고 판단함으로써 고통이 생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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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지 눈을 떴을 뿐인데
팔과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이게… 무슨 일이야?

맑지 못한 시야 속에서,
흐릿한 형상들이 나를 응시한다.
내가 살아 있다는 걸,
그저 눈을 깜박이는 것으로만 알 수 있었다.


하루아침에 달라진 삶.
어제는 걸을 수 있었고,
먹을 수 있었고,
일할 수 있었고,
화장실도… 혼자 갈 수 있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눈을 감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창밖엔 새들이 규칙적인 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아무 생각 없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마저
오늘은 유난히 부럽다.


img.png

왜 하필 나야?
왜 지금, 왜 이렇게?

가족들의 눈빛이 가슴을 찌른다.
엄마는 떨리는 손으로 내 손을 잡는다.
눈물이라곤 본 적 없던 아빠가 어깨를 떨군다.
말끝마다 부딪히던 동생은 벽에 주저앉는다.

나는 눈을 질끈 감는다.


다시 떠본다.
… 아무것도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엄마가 죽 한 숟갈을 떠서 내게 내민다.
나는 고개를 돌린다.
입술을 꾹 다문 채, 거부한다.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회복될지조차 모르는데…


또다시 노력, 또다시 절망…
그저 다시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한 삶이라면,
왜 살아야 하지?

나는 속으로 외친다.
“싫어! 하지 마! 나 좀 내버려둬내버려 둬!”
하지만 그 어떤 말도
내 입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누군가 말한다.
"인생사 새옹지마야."

문득 떠오른 이야기.
중국의 변방, 말을 잃은 노인.
사람들은 안타까워했지만,
그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도망친 말이 더 좋은 말을 데려왔을 때,


모두가 부러워했지만,
그는 또 어깨를 으쓱했다.

아들이 말을 타다 다리를 다쳤을 때,
그는 여전히 조용했고
전쟁이 터졌을 때,
다친 아들은 징집되지 않았다.

노인은 그 모든 변화에
단 하나의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저… 삶을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의 어깨 으쓱임이
나에게 천천히 전염된다.



img.png

나는 창밖을 본다.
땅 위를 더듬으며 기어가는 매미 유충 하나.
13년을 땅 속에서 지내고,
겨우 여름 한철을 날개 달아 날다 죽는다.

그저 측은했지만…
문득 의문이 든다.
그게 진짜 불행일까?

매미는 그저
자신이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거기엔 슬픔도, 의미도,
그 어떤 판단도 없다.

에픽테토스가 떠오른다.
“사건은 스스로 나쁘지 않다.
우리가 그것을 나쁘다고 판단함으로써 고통이 생긴다.”


… 그렇다면,나를 불행하게 하는 건,
이 사건이 아니라
그걸 바라보는 나 아닐까?

삶은…
내 행복에 아무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있다.


img.png  

지금, 여기에.

나는 조용히
손가락 하나를 꿈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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