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반도주라는 말의 뉘앙스는 몹시 야릇하면서도 어둡다
.
친구들과 이웃사람들끼리 가십
거리로
“
A
와
B
가 눈이 맞아 야반도주했다
.
”
고 한다면
A
와
B
는 비윤리적이고 부도덕한 행위를 해서 세인들의 지탄을 받을만한 인물들이 되고 만다
.
그저 말하는 사람들끼리 재미삼아 던지는 농담 같은 말이다
.
그런 말들이라면 그저 그럴 수도 있겠다
.
하지만 수많은 대중들에게
‘
사실
’
로서 보도되는 대중매체의 기사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
대중매체
,
특히 신문은 활자화됨으로써 대중들에게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
한 번 활자화된 기사는 사회적 사실로 되고 대중들은 그 기사의 진위나 숨겨진 뜻
,
혹은 행간의 의미보다는 쓰인 글 그대로를 일단 머릿속에 담게 되고 그것을 기준으로 사고하고 판단하게 된다
.
사회적 공기(公器)
로서 대중매체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
모든 기사는 철저히 사실 확인을 거쳐야 하고
‘
카더라
’
식의 간접화법에 주의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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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년
9
월
13
일자
‘
ㅎ
’
일보에
‘
ㅇ
’
기자가 쓴 『불황 끝자리
'
야반도주
'
다시 고개』라는 제하의 기사에는 매우 심각한 문제점들이 나타난다
.
이 기사의 첫줄은 이렇게 시작한다
.
“
경기불황이 이어지자 한동안 잠잠했던
‘
야반도주
’
가 다시 빈번해지고 있어 한인사회의 어두운 단면이 드러나고 있다
.
”
즉
,
경기가 어려워서 야반도주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데 이것이
‘
한인사회
‘
의 어두운 단면이라는 것이다
.
그런데 기자가 사례로 든 것은
2
건이고 빈번하다는 말은
2
건 정도의 적은 회수에 쓰는 말이 아니다
.
게다가 만일 경기가 어려워서 월세를 해결하지 못하고 누군가 야반도주를 했다던가
,
아니면 대책 없이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
한인사회
‘
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
굳이
’
한인사회의 어두운 단면
‘
이라고 표현한 것은 외국에 나와 사는 한인들 사이에 불신풍조를 조장할 수도 있다
.
이 기자는
‘
야반도주
’
했다는 업소를
‘
둘루스의
‘
ㅈ
’
잔칫집
‘
이라고 표현함으로써 그곳이 종가 잔칫집임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했다
.
기자 자신이 명백하게 임대인의 입장이라는 것을 밝히고 이니셜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
대개의 경우 이니셜과 무관한
’
A'
같은 표현으로 특정 대상을 떠올리지 않게 하는 것이 기사작성의 상식이다
.
‘
둘루스의
‘
ㅈ
’
잔칫집
‘
이라니
,
정말 어이없는 표현이다
.
’
ㅎ
‘
일보는 기자들을 어떻게 선발해서 무슨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일까
?
더구나
‘
둘루스의
‘
ㅈ
’
잔칫집
‘
은 종가 잔칫집 말고도 더 있다
.
바로
’
진고개 잔칫집
‘
이다
.
’
진고개 잔칫집
‘
은 현재 성실하게 운영을 하고 있다
.
하지만
‘
둘루스의
‘
ㅈ
’
잔칫집
‘
이라는 이유로 괜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
고객들의 주문이 줄고 있고 지인들이 무슨 문제가 있냐면서 걱정하는 전화연락과 거래처의 전화연락이 빗발치고 있다
.
이 업소의 주인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항의하였지만 이 기자는 전혀 반성이나 사과의 표현을 하지 않고 있다
.
오히려
2012
년
9
월
14
일자의
“
종가 잔칫집
,
”
야반도주 안했다
”
본지에 밝혀와
“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
한편 본지 기사가 나가자
‘
ㅈ
’
잔칫집을 진고개 잔칫집으로 오해한 일부 독자들의 확인 전화가 진고개 잔칫집으로 걸려와 해당 업소는 때 아닌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
“
라며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투로 짤막하게 언급했을 뿐이다
.
‘
곤욕
’
을 치른 것이 누구 때문인가
?
인간적으로,
‘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
’
싶다
.
‘
둘루스의
‘
ㅈ
’
잔칫집
‘
이라는 이유로 입은 피해는 누가 보상한다는 말인가
?
최소한의 양심이나 양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잘못된 기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에게 정중하게 사과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기본도리가 아닌가
?
이 기자의 기자로서의 자질뿐만 아니라 인간성 자체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
.
제대로 된 기자라면
,
또 제대로 된 신문이라면
2012
년
9
월
14
일자의 기사에서 진고개 잔칫집에 대해 사과했어야 한다
.
이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는 신문이 한인사회에서 구독된다는 것이 조금 수치스럽게 느껴진다
.
남의 눈에 있는 티를 보기 전에 제 눈에 들보를 봤으면 좋겠다
.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
이 기자는 몇몇 사람들의 말을 인용하는 투로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
법적으로 민사상의 문제에 대해서 한쪽의 말이나 입장만 듣고 그 진위는 확인하지 않은 채 신문에 보도하는 것 자체가 기자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을 의심하게 하는 것이다
. 2012
년
9
월
14
일자의 기사에는 문제의
‘
야반도주
’
당사자인 종가 잔칫집 측에서 자신들은
‘
야반도주
’
를 한 적이 없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
하지만 그 기사에서조차도 이 기자는 해당 상가 관리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
야반도주
’
임을 다시 확인했다
.
아마도 이 기자는 굉장한 혜안을 가진 철인이거나 아니면 어느 한 쪽의 의뢰를 받은 해결사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
적어도
‘
기자
’
의 입장은 아닌 것이다
.
전형적인
‘
카더라
’
식의 기사로 한쪽 편의 말만 믿고 사회적 판결을 내려서 종가 잔칫집 업주를 고립시키고 그 업주의 신용을 땅에 떨어뜨려 재기불능의 상태로 몰아간 것이다
.
현대사회에서 경제활동의 핵심요소인 신용을 박탈하여 향후 이 기사를 읽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종가 잔칫집이라는 이름을 보면
‘
야반도주
’
를 떠올리도록 만들어버린 것이다
.
종가 잔칫집 업주는
‘
야반도주
’
한 파렴치한이 되어 아마 외식업으로 재기하는데 극도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
야반도주한 사람들을 믿고 누가 거래하겠는가
?
자신이 경험한 두어 가지 사례가 전체인 양 침소봉대하는 일반화의 오류뿐만 아니라 기사를 작성할 때 가장 우선해야 할 사실 확인의 부재
,
한쪽 편의 말만 대변하는 편파성
,
선정적인 표현
,
대단한 벼슬이라도 하는 듯 고압적인 태도
,
간접화법을 남용하는 무책임한 자세
,
등
‘
ㅇ
’
기자와
‘
ㅎ
’
신문에게서 많아도
‘
너
~
무
~~
’
많은 부정적 모습들이 보인다
.
차제에
‘
ㅎ
’
신문사 차원에서 변화하고 자성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